백기범이 말하는 백기범

*무대에서 관객을 웃고 울리는 배우들부터 미래의 예비스타까지 서정준 객원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이들을 알아보는 인터뷰 코너 '서정준의 원픽'입니다.

 

[서정준의 원픽]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배우 백기범.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이제부터 뮤지컬 '6시 퇴근'의 백기범이 아닌 배우 백기범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배우가 되길 잘했다. 배우라서 참 좋다. 그렇게 느끼는 순간이 있을까요.

너무 많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 그 때에요. 공연을 잘 준비하고 이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만들고 캐릭터와 다투기도 하죠. 그러다가 무대에 올릴 때 느껴지는 보람과 희열은 말로 설명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걸 매 작품마다 느끼고 있잖아요. 사실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리고 좋아하는 일도 매일하면 질리는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면서 여러 작품, 여러 캐릭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정말 질릴 일이 없어요. 이 직업을 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느껴요.

 

배우 백기범.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반면 배우로서 느낀 어려운 순간들도 있겠죠.

저는 불규칙한 생활패턴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출근과 퇴근이 정해진 게 직장인이지만 저희는 그런 게 정해져있지 않으니까요. 먼 미래의 계획을 쉽게 생각할 수 없죠. 저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미리 계획을 세워 준비하거나 그러기도 어려우니까요. 2014년에 제가 아버지처럼 생각하던 이모부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때 일본에서 어떤 뮤지컬에 참여했는데 다음날 테크 리허설이어서 장례식에 바로 가보지 못했어요. 그때 내가 배우를 하는 게 정말 맞을까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공연을 위해서 이런 것을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었죠.

 

처음으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이 언제일까요.

특별한 계기보단 자연스럽게 흘렀던 것 같아요. 원래 실용음악을 준비했는데 제 보컬이 실용음악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그러나 정말 배우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군대갔다와서 열심히 준비해서 창업해야지. 막연히 그런 생각을 하곤 했어요(웃음).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배우는 대단한 사람이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죠. 그런데 어쩌다보니 말 그대로 흘러왔어요. '나도 뮤지컬 스타다' 시즌2라는 오디션에 도전했었어요. 인기상 타면 상금이라도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이스쿨 뮤지컬'의 앙상블 데뷔 자격을 주는 캐스팅 상에 제가 됐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배우 백기범.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어려지고 싶다. 나이먹고 싶다.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면요.

웬만하면 어려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웃음). 20대 초중반에는 계속 30살이 되고 싶었거든요. 막상 30살이 다가오니까 이 시기라서 그런지 다시 어려지고 싶네요(웃음). 아직 조금만 더 20대면 좋겠다. 사랑받는 막내면 좋겠다 싶어져요. 책임감이나 중압감이 있으니까요(웃음). 전 어릴 때는 무작정 30살이 되면 결혼해야되는 줄 알았어요. 지금 보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웃음).

 

다시 태어나면 또 배우를 하게 될까요? 아니면 다음 생에 해보고 싶은 다른 일이 있을까요.

뭘 도전하게 될진 모르겠지만 다음 생에 제가 어떻게 태어날지 모르잖아요. 그 삶에 맞는 제일 재밌는 일을 할 거 같아요. 지금 저는 제가 제일 재밌어하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어떤 성별, 사람, 어떻게 태어날진 몰라도 그때도 가장 재밌는 일을 할 거에요. 재밌는 걸 해도 힘든 게 있는데 안 재밌는 걸 하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배우 백기범.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일까요.

샤워하고 이불 속에 들어갔을 때요. 집와서 분장까지 다 지우고 씻고 편한 옷 입고 누웠을 때. 누워서 동영상도 보고 웹툰도 보다가 스르륵 잠들거든요. 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쁠 땐 조금 힘들어요. 그 30분,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을 때 정말 행복한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배우'란 무엇일까요.

일단 한마디로 표현하긴 어려운 것 같아요. 무척 축복받고 선택받은 직업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나도 재밌을 수 있는 축복받은 직업. 하지만 그만큼 큰 책임감을 가진 직업이에요. 관객들을 만족시켜야 하고 많은 캐릭터의 삶을 살아볼 수 있지만, 그 책임감도 함께 져야만 하죠. 내 말이나 내 행동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나를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래서 책임을 져야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책임'이란 말을 많이 하는데 드럼 때문이 아닐까(웃음) 싶네요.

 

배우 백기범. 사진=서정준 객원기자

공연 보러 올 관객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해주세요.

제가 예전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요. 어떤 공연 어떤 회차든 컨디션 상관없이 늘 같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고 계속 그런 배우로 남고 싶어요. 어떤 날은 재밌었고 어떤 날은 감동적이고 그렇다기보다 어떤 날에 오든 같은 퀄리티를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저를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지켜봐주시고 그렇지 못한 모습일 때도 믿어주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자주했던 말인데 계속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뉴스컬처 서정준 객원기자]

 

 

출처 : http://nc.asiae.co.kr/view.htm?idxno=2019122400014476563